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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1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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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4-07-07 11:00 작성자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26회

[경남신문]눈부신 아침에- 이종화(창원시 아이세상 장난감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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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젖혀 높은 우듬지를 올려다보며, 기상캐스터와 음악프로그램 진행자가 주고받던 대화를 떠올린다. “아름다움에 대한 최고의 찬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캐스터의 물음에 진행자는 “글쎄요”라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가 원하는 답은 ‘눈부시다’였다. 초여름 아침의 화창한 날씨에 대해 그 말을 쓰고 싶었던 게다. 하늘을 머금은 이파리들이 푸르게 출렁대는 생명의 환희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성하(盛夏)로 접어들기 전, 역광으로 만나는 이 싱싱한 초록이야말로 눈부시게 환상적이다’라고.

식물은 햇살과 바람과 땅 속 수분만으로 필요한 양분을 만들어 제 목숨을 부지할 줄 안다. 그런가 하면 태어난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온갖 풍우를 견뎌내고도 어렵게 가꿔 온 중한 목숨을 다른 생물에게 보시하기도 한다. 고픈 위장을 채우기 위해 이리저리 떠돌고 제 놈 살기 위해 다른 놈을 희생시키는 동물보다 차원 높은 덕목을 지니고 사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종족 번식을 위해 갈등과 쟁탈전을 벌이지 않고도 가만히 앉아서 제 종자를 퍼뜨리는데 벌과 나비와 바람 같은 하수인을 부릴 줄도 안다. 그러면서 해마다 거듭살이를 한다. 나무는 단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일회적인 삶을 위해 온갖 악다구니를 쓰는 인간들을 가련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이즈음이면 세상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이고 새롭게 피어나고 싶어진다. 대지의 기운을 힘차게 빨아올려 세상을 향해 내뿜어보고 싶다.

나무 그늘 아래로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다. 나무는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나그네도 말없이 보듬어 안는다. 갖은 풍상을 살아내며 침묵하는 법을 터득했는지 이 사람 저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로 세상 돌아가는 꼴을 짐작하며 묵묵히 서있다.

유모차를 탄 아기와 엄마 손을 잡은 아가들도 아장아장 모여든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기품 있고 의연한 자세로 지켜보는 아름드리나무처럼 품 넓은 사람으로 자랄 아기들의 웃음소리가 온 세상을 눈부시게 하는 아침이다.

이종화 창원시 아이세상 장난감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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